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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2/12 (2)
땅지기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솟는 해를 보며 마음 여민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한해에 끝자락에 와있으니 참 시간의 흐름이 빠르기도 합니다. 아침에 솟는 해를 보며 힘차게 출발하고, 석양이 늬엇 늬엇 질 때면 지친 몸으로 옮겨지는 발걸음이 낯익은 문 앞에 와 섰을 때, 피곤하지만 편안함이 드는 심정은.. 아마도 한 해를 보내는 마음 그러리라 봅니다. 남은 마지막 달려있는 그림을 보며 여러 생각에 잠기는 것은 그래도 우리가 아직은 이 시대를 살면서 지난 일을 잠시나마 돌아보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누구나 흐르는시간의 자취 앞에서는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보게 되니 말입니다. 거울 속에 모습을 보는 것처럼 지난 모습을 돌이키며 여유를 찾고, 숨 가쁜 세상살이에도 이때만은 숨을 고르며 잠시 쉬..
육중한 창의문(彰義門) 궐 문이 삐그럭 거리며 적막을 깨트리고 일련의 무리들이 날랜 몸짓으로 열어젖힌 대궐 문턱을 넘어 궐내로 질주하는..., 거슴츠레한 삼짇날 너머 열이틀 달빛이 짙은 구름에 가려진 어둠 내려앉은 야밤이었다. 때는 1623년 3월 12일 야심한 어두운 밤 적막을 깨뜨리고 움직이는 무리들이 창덕궁을 향해 숨 가쁘게 몰려가고 있는데, 왕궁 경호 병사들은 대궐문을 열어놓고 보이지 않으니 그 행렬은 일사천리 막힘없이 달려가고 있는 것이었다. 반정(反正) 세력들은 봄기운이 손짓하는 3월의 야밤에 임금이 거처하는 창덕궁을 기습하는데 왕의 신변을 목숨 걸고 보호해야 할 훈련대장 이흥립(李興立)은 이미 반정군과 내통한지라, 이는 반정의 성공을 알리는 행운의 전주곡 이자, 왕조의 몰락을 알리는 불행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