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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지기
호로 고루 성지와 해바라기 군무 9월이 오면 계절이 바뀌어 가는 모습이 피부에 스며드는 신선함에서.. 눈가에 스며드는 파란 하늘빛에서.. 익어가는 들판의 늘어진 곡식들에서.. 느끼게 된다. 호로 고루 정상에서 바라본 임진강 이맘때가 되면 지루한 더위도 고개 숙이고, 들판의 곡식들도 여물어 가며, 조석으로 옷깃을 여미게 되는데.. 올해는 많은 비와 폭염이 심술을 부리고 있었지만, 시간의 흐름 아래에서는 때가 되니 여지없이 물러가고 또 다가오는 계절의 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강변을 바라보는 성곽 차츰 높아가는 쪽빛 하늘에 희뿌연 구름띠가 늘어지고 강물 빛도 점점 짙은 옥빛으로 다가오며, 짙은 녹음도 서서히 옅어져가는 것을 보니, 진정 가을 속에 와있는가 보다. 창가에 스치는 청량한 마파람을 맞으며 자유로를 ..
▼ 희뿌연한 햇살의 잔영이 어둠을 길게 가르며 퍼져가는 공간에 콩볶 듯 긁어대던 소음의 여운이 귓가에서 아직 맴돌며 무거운 침묵의 시간이 적막 속에 흐릅니다. 이른 아침. 부모님과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마주 앉은 식탁이지만 흐르는 긴장을 주체지 못하고 빵 한조각과 우유를 마시고 집을 나선 후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 또 다시 쏟아지는 총성과 폭음이 다시금 어둠 속 침묵을 깨트립니다. 지하실 입구 통로에는 존(John)이 육중하게 닫힌 철문의 가느다란 틈 사이로 이따금 반격의 총알을 날리고 곧이어 콩 볶듯 쏟아지는 총성은 둔탁한 충격의 파열음으로 어둠속에 무쳐 갑니다 존(John)은 며칠 전 거리 시위에서 총상을 입고 피 흘리며 숨져간 형의 모습이 아직 생생히 떠올라 다시금 방아쇠를 잡고 좁은 틈 ..